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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정보

펫 로스 증후군

by 만년대리 2024. 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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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던 강아지를 잃었습니다. 

 

지킬 수 있던 순간이 너무 많아 죄책감에 빠져들었고, 남을 원망하기도, 또 다른 살아있는 강아지를 원망하기도 하였습니다. 

 

죽음은 운명일 것이다라고 믿으며 버티고 있는 중이며, 무지개다리를 건너 이미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지와 함께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믿어야만 숨이 쉬어집니다. 

 

아버지와 우리 천사가된 강아지는 한 번도 본 적 없어도 왠지 서로를 알아봐 만날 것 같습니다. 

 

집에 햇볕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아이를 위한 장소를 마련하였습니다. 

 

장례식장에서 가장 이쁜 방식으로 아이를 보내주며 한 줌의 가루가 된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이것은 천사가 된 아이와 통화할 수 있는 전화기며 매일매일 물과 간식을 주고, 이쁜 꽃과 여러 추억에 쌓여 있는 사진을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으로 꾸미고 있습니다. 

 

첫째 날, 이럴 수 없다. 꿈이다. 살 수 있다. 아무 기억이나 감각 없이 강아지가 하늘나라로 가면 해야 되는 과정들을 어디선가 들어 본 혹은 한 번을 있을 헤어짐을 준비했던 것들을 무의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둘째 날, 아이의 사진을 보며 가슴이 찢어짐에 울고 또 울고, 계속 불안해하며, 마치 무엇인가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고민하고, 후회하고, 비통함 마음에 소리 지르고, 바보 같은 나를, 너무 불쌍한 너를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미쳤습니다. 

 

셋째 날, 아이를 위해 평생 건강하게 축복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내가 가장이고, 천사가 된 강아지의 동생도 슬퍼하고 있고, 나의 부인도 죄책감에 빠져 슬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슬픔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것을 알고 축복하고자 했습니다. 

 

아니 사실 처음부터 강인한 척을 하며, 모두 내 탓이고, 죽음은 운명이고, 천사는 좋은 곳으로 같고, 그곳에서는 많은 축복을 받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며 우리 가족에게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가족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숨어 울며, 숨어 후회하며, 죄책하며, 미쳤습니다. 

 

넷째 날, 오늘 출근을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야근을 시킨 팀장을 죽이고 싶었습니다. 

우리 천사와의 시간을 빼앗긴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천사가 된 아이를 발견한 건 새벽 퇴근 후 였습니다. 새벽 근무를 시킨 매니저가 웃으며 "잘 보내고 왔죠?" 합니다. 

죽이고 싶었습니다. 아니 죽이지 못한 내가 참 창피합니다. 

 

남의 탓입니다. 라고 생각해 봤자, 아닌 걸 아는 어딘가의 나에게, 내가 죽였다는 걸 들키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천사, 위에서는 건강하게 살아요, 그럴 수 있게 늘 미안해하고, 늘 축복할게

 

나한테 와줘서 고맙고, 내가 너의 세계여서 미안해, 후회되는 순간과 행복한 순간이 뒤섞여 평생 기억하다 보면, 

 

마중 나와 있는 너는 어떤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을지 궁금해.

 

건강하게 슬퍼하는 방법, 남아있는 내 가족을 지키는 방법, 그리고 위에 있는 너를 지키지 못했지만,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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